근황 공유
안녕하세요. 마지막으로 글을 작성한 게 5월 30일이니 거의 반년만에 글을 쓰네요.
6개월 동안 있었던 일들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정리를 좀 하고자 이렇게 두서없는 글을 씁니다.
공개적인 장소에다가 작성하게 되면 스스로의 마음가짐도 달라질 테니 더 잘 지킬 수 있을 거라 믿고..
1. 취업
아무래도 가장 큰 이벤트지 않았나 싶다. 드디어 취업을 하게 되었다..!
주변 동기들 포함 다들 내가 개발 쪽으로 취업했을거라 생각하겠지만, QA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. 긴 취준기간에 지쳐버린 건지 아니면 드디어 자기 객관화가 된 건지 모르겠지만 개발 실력과 적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. 정말 내가 개발에 흥미가 있는 사람인가? 평생 코딩공부를 하며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? 내가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개발 실력이 뛰어난가? 이런 질문에 스스로 그렇다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. 4년간 공부했던 그간의 시간이 아까워 오로지 코딩! 에 집착하며 다른 것을 못 보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.
그러던 중 뜻밖의 QA로 취업을 했는데 회사와 일에 만족하며 지내고 있다. 일도 일이지만 회사도 마음에 들고 같이 일하는 분들도 다들 따수워서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. 전에는 공과 사는 구별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회사 사람들과의 교류를 피하곤 했었는데 회사도 사람이 일하는 공간이다 보니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걸 많이 느끼고 있다.
회사 입사한지도 어느덧 4개월이 되어간다. 회사 - 집 - 운동의 반복이지만 한 편으로 내 삶이 안정을 되찾은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. 살면서 목표가 없었던 적은 없는데 취업하고 나서 목표를 잃어버려 당황스럽다. 학생 때는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였고, 대학생때는 좋은 회사에 입사하는 것이 목표였다. 회사에 들어가고 나니 그 다음의 목표가 무엇인지 모르겠다. 목표는 내가 앞으로 가야하는 방향을 잡아주는 나침반 같은 존재였는데 회사에 입사하고 나니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이 사라져버렸다. 자칫하다간 이렇게 멍하니 몇 년을 보내버릴 것만 같은 우려도 든다. 이제는 으른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정해주는 목표가 아닌 스스로 방향 설정을 하고 나아가야함을 느낀다. 앞으로 내가 무엇을 바라보고 살아야하는지 찾아야할 필요성이 있다. 그 무엇이 대체 무엇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. 내 10년 후, 20년 후를 그려보지만 그 때쯤 내가 뭘하고 있을지 상상이 안된다. 과거에는 강남의 아파트와 같은 물질적인 것이 중요하다 생각했는데 요즘은 어떻게 하면 내가 만족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가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. 10년도 아니고 당장 내년이라도 내가 만족하는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며..
2. 혼자만의 시간 보내기
퇴근 후, 주말 등 나 혼자서 시간을 보낼 때가 많아졌다. 갑자기 늘어난 자유시간이 너무 좋은데 이 넘치는 시간에 뭘해야할지 몰라서 그냥 잠으로 떼워버릴 때가 많다. 주말에 책도 좀 읽고 공부를 하면 되지 않겠냐 싶겠지만 뭘 읽거나 앉아서 펜을 드는 것조차 큰 결심이 필요하다. 퇴근 후 자기 전까지 대략 3-4시간이 남는데 유튜브만 보다가 잠드는 게 너무 아까워서 두 달 전부터 검도를 시작했다. 주 3일 정도 나가는데 1시간이라도 몸을 움직이고 땀을 내니까 개운한 느낌이 든다. 퇴근 후에는 운동으로 버리는 시간을 좀 줄였지만 주말에는 하루종일 침대에서 뒹굴거리는게 전부다. 오늘도 간신히 컴퓨터를 들고 나왔는데 결심하고 집 밖에 나오는데까지 2시간이 걸렸다. 주말 하루는 쉰다고 해도 남은 하루는 취미생활이나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은데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 중이다.
오늘도 똑같은 고민을 했는데 'Dart/Flutter 공부해보기' 라는 결론이 나왔다. 지금까지 해본게 코딩 뿐이라 결론도 '새로운 언어 배우기' 이런 식으로 귀결되는게 참 아쉽고 웃기다. 절대 이 코딩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건가! 사실 음악도 공부해보고 싶고 UI/UX 같은 디자인 공부도 해보고 싶은데 회사 다니는 것에 급급해서 다른 일을 벌리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하다. Flutter로 만들고 싶은 앱이 있는데 한 달이 걸리던 두 달이 걸리던 완성해보고 싶다.
3. 인간관계와 말솜씨
재수없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대학교 다닐 때까지만해도 인간관계에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. 소심하고 내성적인 나와 다르게 주변에 활발한 친구들이 많았고 덕분에 재밌는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다. 그래서 사람들이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요즘은 인간관계가 제일 힘들고 알 수 없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. 이제는 사람을 만날 때 어떻게 친해졌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. 친구와 사소한 다툼이 생겼을 때 어떻게 좋게 해결할 수 있는지, 섭섭함은 어떤 식으로 표현하는 게 좋은지, 내 생각과 피드백을 기분을 상하지 않게 어떻게 전달할 수 있는지, 어떻게 농담을 선 넘지않고 재치있게 할 수 있는지 등등 사람들이 생각과 느낌이 다 다르니 어떻게 해야할지 어렵게 느껴진다.
세상의 모든 일들은 흑과 백처럼 이분법으로 굴러가지 않는다. 모호한 것도 많고 이건 100% 정답, 이건 100% 오답 이런 것도 없다. 사람들은 애매한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세상 모든 것들이 애매하다. 내 딴에는 관계 유지를 위해 부던한 노력과 관심을 기울이지만 가끔 잘 안되어서 속상할 때가 많다.
최근 일하면서 나의 말솜씨가 최악임을 느끼고 있다. 회의를 하거나 다른 팀 분들께 질문을 해야할 때 텍스트로 전달하는 것보다 구두로 전달하는 것이 더 빠를 때가 있다. 그럴 때 1:1로 질문하는 것조차도 긴장해서 말을 더듬거나 동료 분이 한 번 더 물어봐야하는 경우들이 생긴다. 질문을 미리 생각해서 마치 대사를 읊는 로봇 마냥 줄줄 말해야 그나마 말을 잘하는 사람처럼 보인다. 나도 말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아직까진 말보다 글이 더 편한 사람인 것 같다. 말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? 일단 날 쳐다보는 사람이 많아지면 말을 못하고 어버버거리는 것부터 고쳐야할텐데... 회의 시간에 한 마디라도 해보는 연습부터 해야겠다.